전작보다 후속작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스파이더맨 캡틴아메리카 X맨 배트맨 울버린)
전작보다 후속작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
출처 : https://www.fmkorea.com/best/1045337939
※ 주의: 2018년 이전 슈퍼 히어로 영화들(특히 로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스파이더맨>(2002) -> <스파이더맨 2>(2004)
▲ <스파이더맨 2>(2004)는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삶을 '선택'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을 숭고하게 비추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은, 2002년 당시 훌륭한 시각 효과와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열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경우엔 1편도 하나의 완성된 영화로써 호평을 받지만, 틀과 주제가 명확히 잡혀있는 상태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2편이 1편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로써의 모습과, 평범한 소시민인 본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과정이 생동감있게 그려진다. 특히 히어로로써의 스파이더맨 보다, 피터 파커로써의 그를 숭고하게 비추려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2)<퍼스트 어벤져>(2011) ->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2014)
▲ 구시대의 유물처럼 현 시대에 덩그러니 남겨진 캡틴 아메리카가 현 미국의 안보 문제를 진단한다,
퍼스트 어벤져의 색이 모험 활극에 가까웠더라면, 윈터 솔져의 색채는 첩보물에 가깝다. 주인공 스티브 로져스의 시점을 따라 스토리가 전개되었던 1편에서는 적이 명확했기에 단순히 왕도적인 전개를 따라가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으나, 2편에서는 적이 되어 돌아온 친구, 사랑하는 조국의 문제, 그리고 현 시대에 남겨진 거의 유일한 인물인 자신에 대한 고민 등 다중의 내러티브가 극의 전반을 아우르며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세밀해진 주제의식을 확인 할 수 있다.
▲ 일진보한 캡틴의 액션씬, 액션의 합이 딱 딱 맞아 떨어진다,
(3)<X맨>(2001) -> <X2>(2003)
▲ '뮤턴트'란 가상의 존재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감싸려는 영화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코스튬 진짜...)
엑스투는 엑스맨 시리즈에서 통용되는 '뮤턴트-사회적 소수자'의 프레임이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영화다. 뮤턴트 사회로 환원되는 울버린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전편과는 달리, 엑스투에서는 그 환원의 대상을 인간 사회에 종속되어 있는 여타 뮤턴트들로 확대하기에 이른다. 시각 효과에서도 일진보했다. 약한 액션으로 꾸준히 지적을 받아온 브라이언 싱어의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창의적인 액션씬들이 전개 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나이트 크롤러의 백악관 내에서의 액션씬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4)<배트맨 비긴즈>(2005) -> <다크 나이트>(2008)
▲ 아이러니로 점철된 선과 악의 대립,
많은 이들이 동의하다시피, 다크 나이트는 할리우드에서 몹시 잘 짜여진 범죄 스릴러 영화 중 한편이다. 감독인 놀란의 말마따나 비긴즈에서 히어로의 매력적인 기원을 다루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면, 다크 나이트에서는 기원이 없는 악당을 다루는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다크 나이트는 무엇보다 아이러니의 영화다. 선과 악의 양면성에 대해 모종의 단상을 두고 토론하는가 하면(배트맨과 조커의 취조실 대화 시퀀스같은,), 고담을 무법지대로 만드는 조커의 익살과 범죄 행위가 정의라는 명분 하에 행해지는 배트맨의 '위법'과 무엇이 다르냐며 논리의 헛점을 파해쳐 꼬집기도 한다.
(5)<울버린 2연작>(2009, 2013) -> 로건(2017)
▲ <로건>(2017)은 왜 하필이면 수정주의 서부극을 인용하는가?
울버린 2연작은 딱히 언급할 가치가 없는 영화들이다. 시리즈의 주제의식을 연동하는 것도 아니면서, 내적인 스타일, 플롯, 유의미하게 기능하는 영화적인 장치들조차 흥미를 주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히 울버린-휴 잭맨이라는 이름값을 염두에 둔 상업적인 무비 메이킹이다. 그러나 로건은 달랐다. 로건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엑스맨 시리즈의 주제 의식을 연동한다. 그러니 이 두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보단 로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로건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코드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순히 로건의 죽음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기에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로건이 좋은 영화인 까닭은 하나의 큰 줄기를 따라 움직이던 뮤턴트들이 모종의 사건으로 영구히 와해되는 과정을, 그의 피폐해진 삶과 죽음을 통해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뮤턴트들의 불행한 운명이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며 끝내 쓸쓸히 사그러진 로건의 일생과 일종의 합입을 이룬다는 것이다.
영웅의 퇴장이 서부극에서부터 시작된 전통이라면, 이런 초라한 퇴장은 그 중에서도 수정주의 서부극의 전통 일 것이다. 서부극으로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자는 의도에서 탄생한(물론 이러한 개념에 대해 비판을 남기는 이도 있다. 대표적으로 태그 갤러거,) 이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뒤집어 쓴 로건은, 본연의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발버둥치는 장르의 반항심마저 같이 닮으려고 한다. '이건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니야! 이건 서부극이야!'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로건에선 인물의 '평범한' 측면들을 부각시키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 예로 영화에서 로건이 몇 차례나 '울버린'으로 불렸는지 상기해보자.
그럼 영화는 무엇을 바로잡으려고 하는가? 비약 일 수 있겠으나 이는 '소수자인 뮤턴트'들을 눈요깃 거리로 전락시켜 활용했던 엑스맨 시리즈의 이중성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특히 이에 연관되었던 인물들을(심지어 로건마저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그렇다. 기회의 땅으로 들어가는 것은 로라를 위시한 후대의 뮤턴트들 뿐이다.(로건의 최후는 마치, 끝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의 모습과 동질적인 구석이 있다.)
로라와 그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역마차>(1939)에서 모뉴먼트 벨리를 벗어나는 주인공 커플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들은 문명의 이기를 벗어난거야"란 역마차의 마지막 대사가 로건의 마지막 씬에서도 동일하게 들려오는 듯 하다.
▲ 로건, 미국에 갇히다,
(결론: 로건 짱짱맨.)
번외 - 1편이 최고인 슈퍼 히어로 영화 시리즈들
(1) <슈퍼맨>(1978)
▲ <대부 시리즈>의 원작자, 마리오 푸조의 손길으로 해체/성립된 슈퍼맨,
<로건>(2017)이 수정주의 서부극이라면, <슈퍼맨>(1978)은 광활한 랜드 스케이프를 아름답게 비춘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서부극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완전 무결했던 영웅을 해체시키는 데에 열중한다. 슈퍼맨은 유치하게 느껴지는 슈퍼맨의 복장과 당대의 조약한 CGI에 저평가 받기도 하나,(그러나 영화의 촬영 감독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의 제프리 언스워스라는 점에서 외적인 효과에 신경을 안 쓴 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내적인 내러티브와 이미지들의 완성도는 가히 <스파이더맨 2>(2004) 수준에 필적한다.
대중들의 편견과는 달리 영화는 극 중 그를 제대로 된 주먹질 한 번 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만큼 슈퍼맨은 대단한 힘을 가졌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크립톤의 규약에 얽메일 수 밖에 없는 '한계 있는' 영웅이며, 사람을 구하느라 정작 자기가 사랑했던 로이스 레인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나약한 영웅이다. 결국 아버지의 조언을 무시하고 사욕을 위해 영화 후반부에 일선을 넘어선다. 스파이더맨 2의 스파이더맨이 선택으로 말미암아 위대해졌더라면, 슈퍼맨은 그 숭고함을 포기하고 내려놓음으로써 사랑하는 이를 구할 수 있었다.
슈퍼 히어로, 지구를 관장하는 크립토니안이란 정체성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한 가지 길을 가야만 하는 슈퍼맨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잡아내는 크리스토퍼 리브의 연기력도 주목해봄직 하다. 광활한 스몰빌의 자연 풍경들, 도심의 마천루 등 특정한 로케이션을 사용한 씬들도 인상에 남는다.
▲ 절규하는 슈퍼맨,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2)<아이언맨>(2008)
▲ 버디 무비 등 여러가지 장르의 테마들이 혼합된 슈퍼 히어로 영화의 교차로,
2편이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3편이 동일한 주제를 반복하기에 그쳤던 것을 돌이켜보면 아이언맨 영화 시리즈에게 초기작인 <아이언맨>(2008)은 마치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영화는 상기했던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반대되는 아주 직선적인,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 다룬다. "내가 씨발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하는 것들. 토니 스타크가 크고작은 여러 사건을 겪고 성장해나가는 영화의 구성에서 극적인 쾌감을 주려고 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성장극으로써 기능하나, 로디와의 관계 구도에선 버디 무비적인 측면으로도 접근 가능하다. 영화의 톤이나 무드에서 <리썰 웨폰 시리즈>나 <다이하드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기도 한다.
(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 팀업 무비의 진수를 보여주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유명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칭찬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무엇보다 사운드 트랙과 영화 속 상황의 결합이 훌륭하게 맞아 떨어지는 영화다. 감정을 급속히 얼어붇게 만드는 억지 구성도 찾아보기 힘들고, 로켓 라쿤부터, 나무인 그루트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행위에 어떤 당위를 갖고 움직인다. 캐릭터 간의 관계를 중축하는 감독의 섬세한 손길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기도 하다.